bbeaufighter@gmail.com
by 수진
카테고리
비오는 날이 좋다.

 처음으로 비가 오는날이 좋아졌던 때는 일본여행 가서 만 엔이 조금 넘는 우산을 샀을 때였다. 이때가 군대 가기 한 20일 전 정도였는데, 이때만큼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랬던 적이 없었다. 우산을 너무 자랑하고 싶어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린 날에는 우산을 꼭 안고 외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들이랑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비만 오면, 우산 들고 나갔던 부끄러웠던 기억들이 있었다. 이때는 그냥 비가 오는 게 마냥 좋았다.

 전역을 하고나서도 한 동안은 비 오는 날을 꽤 좋아했었고, 그러한 기분의 절정은 일야옥에서 우산 하나를 낙찰 받을 때 까지 계속 되었었다. 근데 그 우산이 중고품이었던 탓에 여기저기 하자가 많았고, 그 다음부터 나의 우산 홀릭도 좀 시들해졌다. 그리고 그 시기에 가죽 가방도 사고, 인디고 진을 사면서 비 오는 날이 조금씩 부담스러워 졌다.

 물이 가급적 닿지 않아야 하는 가방들과, 옷 들이 늘어나면서, 비오는 날이 이제는 불편해 졌다. 그리고 역시 그러한 마음이 가장 커졌던 때는 몽크 스트랩 구두를 처음 신었던 날이었다. 이때가 작년 여름이 끝나갈 8월 무렵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왔었다. 신속히 백화점으로 피신해서 구두가 비를 맞는 사고는 피했지만, 바닥에 물이 묻는 것 까지는 피할 수 없는 법. 가죽 창이 빗물에 녹아 얼룩이 지게 되었다. 그 얼룩은 아직도 구두에 잘 남아있다. 아무튼 그렇게 비가 오는 날이 싫어졌다. 그러다가 고무 트렌치코트를 장만하면서 다시 비오는 날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구두와 코트는 이뤄질 수 없는 운명과 같아서 함께 입고 신을 수 없다는 것. 

 좋아하다가 싫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비오는 날이 좋다. 확실히 다른 날들 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여름이라면 적어도 땀은 안 흘려도 되는 날이라서 좋다. 날씨가 내 맘대로 되어줄 것 같지는 않지만 3일 정도 맑은 날이 계속 되고, 하루 정도는 차분하게 비가 왔으면 좋겠다.

by 수진 | 2009/03/22 17:21 | 쓰다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bfighter.egloos.com/tb/226871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SANGMIN at 2009/03/22 19:24
저는 어제 비를 홀딱 맞아서 신발과 자켓이 말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양가죽 라이더 자켓인데.... 가죽 부츠인데..... 그저 웃지요 하하하
Commented by 수진 at 2009/03/22 21:52
잘 아시겠지만 자켓과 부츠를 그늘에서 말리시고, 부츠 안에는 신문지나 휴지로 물기를 충분히 말리셔야 부츠가 좀 덜 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죽 자켓이나 부츠 신었을때 비오면 속 타죠 정말.
Commented by SANGMIN at 2009/03/23 00:31
부츠는 대충 수습이 되었는데 자켓은 조금.... 슬프가 되어버렸어요 하하하
Commented by 수진 at 2009/03/23 23:31
가죽 라이더 자켓이면 후유. 별 탈 없으시길 빌께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친구들 링크
이전블로그
최근 등록된 덧글
rss

skin by 이글루스